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댐 건설로 물에 잠길 뻔한 안동 용계의 은행나무 본문
12월 첫 주말에 안동역에서 후배 S를 만났는데 스토리가 있는 은행나무를 만나게 해 주겠다며 어딘가로 데려갔다. 이야기인즉슨 임하댐 건설로 물속에 잠길 뻔한 수령 700년 추정의 은행나무를 그 자리에서 조금씩 들어 올리는 *상식(上植)을 하였다는 은행나무란다. 나무를 옮기는 데에 '이식'이 아닌 '상식'이라는 것이 있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 특히 이 나무가 주목을 받는 것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기적처럼 살아남아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내력 덕분이다.
(* 상식: 나무를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흙을 북돋아 올려 심는 것)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는 경상북도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에 있는 은행나무로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5호로 지정되었다. 키가 47미터에 이르며, 가슴 높이 둘레가 14미터(옮기 전 기록된 수치)로 우리나라 은행나무 가운데에서는 가장 굵으며 700살이 훨씬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는 용계초등학교 운동장 한편에 있었으나 1987년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나무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하자, '나무를 살려달라'는 주민들의 간청에 공사를 맡은 한국 수자원공사는 나무를 살리기로 했다.
전 세계적으로 무게 500t 이상으로 추정되는 거목을 이식(移植)한 사례가 없었다.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이식이 아니라 나무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수몰을 피할 수 있는 높이까지 수직으로 들어 올리는 상식(上植)으로 정해졌다.
나무를 철골 위로 올려놓는 데만 2~3년 넘게 걸렸고, 그 뒤 80여 일동안은 하루 30~50cm씩 나무를 천천히 들어 올리는 작업이 진행됐다. 그렇게 15m 높이까지 수직 이동 시켰고 뿌리 아래에 흙을 채우면서 인공 산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최초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사례다. '상식 공사 방식으로 살려낸 나무 가운데에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라는 명분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국의 은행나무 25주 가운데 '가장 비싼 은행나무'라는 별칭을 얻었다.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에서 가장 굵은 은행나무였으나, 다시 심는 과정에서 가지가 잘려서 원래의 규모를 잃었단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수령 1,100년 추정) 다음으로 크고 오래된 나무란다. 용계의 은행나무 주변으로 단풍나무가 조성되어 가을 단풍명소로 유명하다. 별도의 주차장이 없으므로 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길가에 주차를 하고 인공섬으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야 한다.
12월, 단풍든 은행잎은 하나도 남지 않고 다 사라진 나목이다. 허나 단풍 든 은행잎이 없다고 해서 '실망했다'고 할 일은 아니다. 줄기와 나뭇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장엄한 풍경을 보여주는 특별한 나무다.
국가유산청은 물에 잠길 위기에 있던 노거수를 상식하여 자연유산 보존의 대표사례가 된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의 상식 30주년을 맞이하여 2024년 11월 5일 용계리 은행나무 앞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하였다.
우리가 갔을 때가 12월 초였으니 30주년 행사가 있은지 한달이 지난 시점이다. 은행나무 주변에 30주년 행사 시에 은행나무에 대한 마음을 담은 고운 글들이 빼곡하다.
▼ 용계의 은행나무 다른 계절 사진을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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