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원주 국형사에서 시작한 한가터 잣나무 숲길 본문
1월 셋째 주말에 전주 언니가 서울로 오고 창동 사는 언니도 나도 구리 S네로 모였다. 지난 8월에 전주 언니를 만나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뭉크전'을 본 후로 모처럼 만에 네 명이 다 모인 것이다. 다음날 원주 치악산둘레길을 걷는 일정도 포함이 되었다. 우선 저녁에는 구리 시골식당에서 동태탕으로 회포를 풀었다. 이 동네 맛집이 확실하다. 세상에나 식당 안에 빈 자리가 하나도 없이 꽉 찼다. 다행이 막 자리가 나서 기다리지 않았다. 동태탕 양도 어찌나 많은지 미리 끓기 전에 포장 용기에 덜어 놓았다. 포장 용기는 천 원으로 유료다. 그러고도 결국 남아서 또 용기에 담았다. 두 개의 포장 용기가 그득하다. 그렇게 실컷 맛있게 먹고 식당을 나올 때 보니까 대기줄도 길다.


양도 많고 알이며 곤도 푸짐하다. 얼큰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콩나무 무침은 매운 것을 잠 재우는 일등 공신이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원주 치악산 둘레길 1코스와 11코스가 만나는 국형사 입구에 도착을 하였다. 우리는 놀아도 하고 많은 놀거리를 두고 둘레길을 걷는다며 웃었다.

S가 그의 친구들과 두어 번 이 코스를 걸었는데 다들 만족해 했다고 한다. 전체 다 걷는 게 아니라 국형사에서 출발하여 한가터 주차장까지 5km쯤 걷고 다시 돌아오는 거다. 왕복 10km 정도를 소나무 우거진 숲과 잣나무 숲길을 걷는데 길조차 편하고 좋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2022년에 치악산둘레길을 걷긴 하였다. 그때 11구간을 걷지 않은 나는 국형사도 처음이고 소나무 우거진 이 길도 처음이라 더 좋았다.


이곳에도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폭설 피해를 입은 곳이 너무나 많았다. 초입에서부터 시작하여 가는 길 곳곳에 부러지고 쓰러진 소나무들이 많다. 에구 이 나무들이 이렇게 자라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한 순간에 이렇게 쓰러져버리다니. 올해는 곳곳에 유난히 폭설 피해를 입은 소나무가 많이 눈에 띈다.




간간히 눈이 녹지 않은 구간이 있었으나 다져지고 다져져서 걷기엔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다져진 길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걸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그래도 조심조심, 안전이 최고.




소나무 숲을 걷다 어느 구간부터는 쭉쭉빵빵 잣나무 숲이 이어진다.
가만보니 한가터 잣나무 숲길이라는 이정표도 보인다.



치악산둘레길 11코스를 걷는 거라하였지만 결국은 한가터 잣나무 숲길을 걷는 거였다.
국형사에서 출발하여 위쪽 노란색 길에서 한가터 잣나무 숲길로 합류하여 빨간색길 왼쪽으로 시작하여 아래쪽 주차장까지 내려와서 화장실도 이용하고, 돌아갈 때는 오른쪽 방향으로 하여 국형사로 돌아갔다. 그러니 우리가 걸은 이 구간은 시작은 치악산둘레길 11구간이었지만 결국은 한가터 잣나무 숲길이다.

잣나무는 1984년부터 조성된 숲으로 한 바퀴 도는 데 총 2.6km(약 40분 소요)의 '한가터 잣나무 숲길'은 원점회귀할 수 있는 길이다. 빽빽한 잣나무가 아름답다. 가도가도 잣나무 숲이다. 길은 지그재그로 되어있어 경사도가 거의 없는 느껴지지 않는 편안한 길이다. 발밑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흙의 감촉도 좋다.



주차장까지 내려와 화장실도 이용하고 원주시 관광안내도를 살펴 보면서 여러 곳에 볼만한 곳이 많았으나 돌아볼 시간이 없어 아쉬웠다.


거돈사지, 법천사지, 흥법사지는 몇 번을 가도 좋은 그런 곳이다. 폐사지에서 느낄 수 있는 온갖 상상력을 다 동원해도 미치지 못할 만큼 규모도 내력도 대단한 절터이다.
관음사는 사진 상으로 보니 염주가 엄청 크다. 못가 본 곳이라 잠시 들렀으면 하였으나 가지 못했다.
국형사로 돌아 가는 길은 한가터 잣나무 숲길 오른쪽으로 간다. 길은 역시 걷기 편안한 길이다.


한가터 잣나무숲길 4에서 원주소풍길 인증 스탬프함을 만났다. 그런데 스탬프 대신 우표를 붙이는 특이한 원주소풍길이다. 원주소풍길이 새로이 조성된 길인 듯 싶다.



걷기여행이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많다.
그중 하나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과 특별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하루 이렇게 피톤치드 가득한 숲을 걸으면서 무엇인가 새롭게 느끼고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국형사가 가까워지며 소나무 숲 사이로 국형사가 보인다.

쉬엄쉬엄 걸어서 세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주차장으로 돌아와서는 출발 전에 잠시 국형사엘 들렀다.
천년고찰 국형사는 신라 경순왕 때 창건된 사찰이다. 조선의 다섯 가지 오악 중 국형사는 동악이다, 처음 오악을 만든 건 조선 태조 때 무학대사가 전국 주요 뫼에 오악단을 세웠는데, 중악은 계룡산으로 신원사에 중악단을 닦았고, 서악은 황해도 구월산, 남악은 지리산, 북악은 묘향산, 그리고 동악은 치악산 국형사에 마련했다. 동악단은 동악신으로 봉안된 치악산신의 공간이다.

자세히 둘러 보지 못하고 입구쪽에서 사진만 담고 나왔다.


절집이 최근에 새로 지은 절인가 했는데 천년고찰로 신라 경순왕 때 창건한 사찰이다.
1680년 이후 폐사되어 쓰러진 것을 여러 번의 중수를 거쳐 1980년 주지 보영이 토단만 남아 있던 동악단 터에 정면 3칸, 측면 2칸 맞배지붕 집으로 다시 일으켜 세웠다.


국형사에서 내려오니 식당들이 많았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이라 어떤 식당은 브레이크타임인 곳도 있었다.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으로 선택한 고래만두에서 만두전골을 먹었다.
전골의 맑은 국물이 시원하고 아침마다 직접 만든다는 큼지막한 만두도 정말 맛있다.
김치만두 2개, 고기만두 2개가 1인분이다.
마지막에는 칼국수를 먹어야 하는데 너무 배가 불러 먹을까 말까 고민을 하였다.
그러나 배부르다고 면을 포기하기엔 아쉬워서 칼국수 절반만 넣고 끓였다. 맛은 봐야한다며.





원주 치악산둘레길 11구간 걸으러 왔으나 알고 보니 한가터 잣나무 숲길을 걸은 것이었고,
국형사를 눈으로만 훝고 나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어제 저녁에 먹는 시골식당 동태탕도 맛있었고, 고래만두는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서 만족하였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잠시 밀리긴 하였으나 동서울터미널에 전주 가는 언니 내려주고
나는 2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늦은 밤 잠자리에 들려는데 그제사 전주 집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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