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경기옛길 제7길 구봉산길, 평대사거리(원삼면 두창리)~황새울마을 본문
2025년 4월 26일
몇 번의 환승을 거쳐 에버라인 용인중앙시장역에 오전 9시 40분 즈음 도착을 하였다. 인근에 있는 포브스병원버스정류장에서 시작점인 두창 7리를 가기 위해 10-3, 10-4번 버스를 타야 하는데 주말엔 배차 간격이 한 시간이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보니 10-3번(이지만 정작 도착한 버스는 10-4번)이 10분 후에 도착한다고 떠있다. 사실 집에서부터 출발이 늦어서 여러모로 걱정이 많았는데 걱정 하던 버스가 10분 후 도착이라니 얼쑤 기분이 좋았다. 주말이나 휴일엔 10-3번은 운행을 하지 않는단다.
포브스병원 버스정류장에서 오전 10시에 10-4번 버스를 타고 35분 후에 두창 7리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버스정류장에서 뒤돌아 시작점인 평대사거리 방향으로 잠시 걸어갔다.
● 경기옛길 영남길 제7길 구봉산길 : 평대사거리(원삼면 두창리)~구봉산~달기봉~정배산~조비산~백암면 석천리 황새울마을 (13km)
제7길인 구봉산길은 원삼면 독성리에서 백암면 석천리 황새울길로 이어지는 구봉산과 정배산, 조비산을 관통하는 길이다. 용인 동부 지역 주민들에게 정신적으로 중심이 되는 산이 구봉산이고 정배산과 조비산은 구봉산의 지산(支山)이라고 할 수 있다. 구봉산과 정배산을 지나 만나는 조비산은 수려한 경관과 멋진 암벽이 있어 암벽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다.
출발하여 두창저수지를 보면서 잠시 걸었는데 두창리 삼층석탑과 두창리 선돌이 나타났다. 그 앞에 제7길 스탬프함이 서있다. 10분 남짓 걸었는데 벌써 스탬프함이 있어? 반갑긴 하지만 수고로이 한참 걷다가 스탬프함을 발견하는 그 성취감을 즐길 수 없으니 살짝 맥이 빠진다.
● 용인시 향토유산인 두창리 선돌
선돌은 길쭉한 자연석이나 약간 가공한 큰 돌을 똑바로 세워 신앙의 대상이나 기념물로 삼는 유적을 말한다.
● 두창리 삼층석탑 / 용인시 향토유산
이 석탑은 원래 두창리 개인 소유의 밭에 있었으며 오랫동안 이정표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9년에 저수지의 제방을 쌓으면서 현재의 위치로 옮겨 세웠으며, 한때 2층 이상의 부재를 도난당하여 1층만 남아있었으나 주민들이 부재를 되찾아 복원하였다.
두창저수지를 끼고 길을 이어간다. 강태공들이 자리잡고 낚싯대를 드리운 한가로운 저수지 풍경이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낚시꾼들은 물고기를 제대로 잡긴 하는 걸까? 낚싯대 드리운 건 보지만 통 잡는 꼴을 보지 못한 거 같아서 드는 생각이다. 몇 마리를 잡으면 낚싯대를 거두는 걸까?
저수지를 벗어나 마을길을 따라 간다.
길이 너무 예쁘잖아!
이 길에서 병꽃도 보고 연분홍 철쭉을 만났다. 올해 처음 본 철쭉이 너무 반가워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했다.(한 달 전 4월 말의 일이다)
이 길에서 자칫 직진하면 경로이탈이므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글을 읽은 게 생각이 났다. 저 파란통(?)을 지나 논두렁을 따라가야 한다.
이 길이 맞긴 하는 거지? 하는 걱정을 덜어 주는 시그널이 있다. 조팝나무꽃이 무성한 조붓한 이 길에 파란색 리본이 팔랑거리니 너무 반갑고 고맙다.
구산이라니?
구봉산의 가운데 '봉'자가 지워졌다.
다시 만난 족두리풀꽃! 이번엔 꽃을 찍을 수 있었다.
희한하게 족두리풀꽃은 바닥에 바짝 붙어 핀다. 꽃색조차 썩은 낙엽이나 흙색이라 그냥 봐서는 꽃이 있는 줄 모른다. 꽃이 있다는 걸 알고 잎을 들춰봐야 그럼에도 간신히 눈에 들어온다. 그 오묘하고 기이한 꽃을 발견했을 때의 그 짜릿함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제7길 구봉산길의 이름이 된 구봉산 정상에 도착을 하였다.
조선이 한양을 도읍지로 정하기 전에 임금은 무학대사에게 전국의 명산을 찾아보라고 명령했다. 최종적으로 삼각산과 구봉산이 선택되었지만, 어느 도사가 봉우리 백 개를 먼저 만드는 산을 도읍지로 선택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그 결과 구봉산 산신령은 밤낮으로 백 개의 봉우리를 만들었으나, 삼각산 산신령은 마지막 하나의 봉우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구봉산 산신령은 임금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자 서둘렀는데 갑자기 억수 같은 비가 퍼부어 봉우리 하나를 뭉개버리고 말았다. 구봉산 산신령이 낙담하고 있는 사이 삼각산 산신령이 마지막 한 봉우리를 만들어 결국 선택되었다. 삼각산을 배경으로 한양이 들어선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는 구봉산 전설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 온다.
조비산의 암봉이 우뚝 솟아 있고 오른쪽이 정배산이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오후 1시가 되어 간다. 구봉산 정상에는 너른 데크에 벤치가 있어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다. 집에서 나서기 전 아침을 제대로 챙겨 먹고 나선 길이라 여기서는 커피와 빵(남편은 쑥인절미)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사과도 하나씩 와사삭~
갑자기 산길이 사라지고 도로가 나타났다. 도로를 내느라 산이 잘린 것 같다. 건너편 보일 듯 말 듯 리본이 살짝 보이고 노란 계단(이랄 것도 아니지만)이 있다.
산을 몇 개 넘어와 지친 와중에 조비산 오름길이 힘들었다. 덕은소류지 이정표가 보이는 이곳까지 오는데 이미 진이 다 빠졌다. 다행인건 영남길은 조비산 정상을 경유하지 않고 덕은소류지 방향으로 하산하면 된다는 거다. 하지만 일단 조비산 정상방향으로 가보기로 했다.
와! 이게 뭐지?
이곳이 조비산 암벽 훈련장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훈련에 여념이 없다. 잠시 서서 구경하다가 조비산 정상 200m 이정표를 보고 정상을 갈까 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조비산으로 올라 가는 막판 가파른 계단이 너무 끔찍하여 나는 이곳에서 쉬기로 하고 남편만 갔다 오기로 하였다. 너무 지쳐서 한발짝도 움직이기 싫었다.
덕은소류지 방향으로 길을 이어간다. 길안내를 하는 영남길 시그널이 곳곳에 있어 여기까지 오는 데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다. 어쩌다 애매한 곳은 선답자의 글을 참고하여 길을 찾아 걸을 수 있었으니 블로거의 기록이 정말 중요하다.
산을 내려와 장평초등학교 방향이 아닌 덕은소류지가 있는 쪽으로 가야한다.
문득 뒤돌아 본 조비산! 용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 '조비산'이란다. 말 그대로 정말 멋지다.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아름다움과 특별한 모습을 유지하며 그 모습이 변함없다는 멋진 산이다. 이 산은 황금들판 가운데 돌연히 우뚝 솟아있는 봉우리가 돌을 들고 있는 모양으로 높고 가파른 형태로 인해 기이하게 보인다. 조비산은 해발 260m로 백암면의 용천리, 석천리, 장평리와 접해있는 정배산의 지맥이다.
보고 또 봐도 멋지다. 이 산은 새가 나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조비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또한 재미있는 속설로는 다른 산들이 대부분 서울 쪽을 향하고 있는데, 조비산은 머리를 남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역적산'이라고도 불리었다고 한다.
덕은교 이곳이 종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종점은 하천둑을 따라 좀 더 아래로 내려가야 했다.
석천리 황새울마을에 대한 이야기판에 의하면, 이 마을은 큰 소나무 아래 황새가 깃든 마을로 유명했다. 구봉산 줄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줄기가 사계절 마르지 않아 예로부터 유난히 물고기가 맛있고 많아 이를 잡아먹으러 몰려드는 황새 떼들로 인해 '황새우리'같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황새울이라고 불렀다.
오후 4시 즈음에 사천교 앞에서 제7길 구봉산길을 마무리하였다. 돌아가는 버스는 장평삼거리에서 탈 수가 있다. 장평삼거리까지는 한 1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뒤돌아 조비산을 바라보며 도로를 따라갔다.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는 보행로가 따로 없는 길이라 조심해야 했다.
3시 50분 이쪽저쪽에 있다는 버스는 이미 지나가버렸고, 다음 버스는 17:00가 넘어야 있다고 하니 얼추 한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주변에 어디 마땅히 쉴 곳도 없고 마냥 길에서 기다릴 순 없고 하여서 택시를 호출(031-334-3000)하였다. 10분쯤 후에 도착한 택시를 타고 용인중앙시장역( 택시 타고 한 시간 거리)까지 갔다. 이럴 땐 택시를 타는 게 답이다.
오후 7시 30분, 무난하게 우리 동네로 와서 집 근처에서 뼈해장국으로 저녁을 먹었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감자탕 전문 식당으로 우리 부부는 가끔 이용하는 식당인데 여러 메뉴 중에 둘이서 먹기에 적당한 뼈해장국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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