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여기에 사는 즐거움 / 야마오 산세이 본문
2017년 12월에 7200년 된 조몬 삼나무를 찾아 일본 야쿠시마를 갔었다. 그때 야쿠 섬 일대를 돌아보면서 잠시 시간을 내어 일부러 찾아간 야마오 산세이의 산속 살림집. 부인은 마을로 내려가 살고 빈집(관리가 되어 있는)이지만 서재와 집 내부를 둘러보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
야마오 산세이의 공동체 생활에 관심이 많은 한 친구가 가보고 싶어 하여 물어물어 어렵게 찾아간 곳이다.
며칠 전 우연히 어떤 시선집을 보는 순간 야마오 산세이?
내가 야쿠섬에 있는 그의 살림집을 갔다 왔다는 게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때 야쿠시마에서 돌아와 도서관에서 낯선 일본인 야마오 산세이 책 두 권을 대여했었다. 그의 집을 다녀왔고 그의 책을 읽었던 기억으로 그의 이름을 잊지 않고 있었나 보다.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지난 블로그에서 그의 살림집 사진을 찾아냈다. 야쿠시마 여행의 기억이 훅 밀려왔다. 지난 추억을 다시 기억해 낸다는 건 기쁜 일이다.





'여기에 사는 즐거움'이란 '여기에 사는 슬픔'이자 '여기에 사는 괴로움'인 동시에 '여기에 사는 기쁨'이자 그것을 넘어서 '모든 것은 즐거움'이라고 하는 삶에 대한 찬가입니다. 그것을 엮은 것이 이 책입니다. / 야마오 하루미(야마오 산세이의 부인)
여기에 산다는 것은 호화로운 즐거움을 찾는 게 아니다. 그런 즐거움이 있어도 물론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계속 되는 즐거움이야말로 가장 좋다. 그것이 지구 위의 어느 장소이든, 사람이 한 장소를 자신의 터전으로 선택하고, 거기서 나고 죽을 각오를 하면 그 장소에서 끝없는 여행이 시작된다. 여기에 산다는 것은 삼라만상 속에서 삼라만상의 지원을 받아가며 거기에 융화돼서 사는 것이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배움과 동경의 여행은 끝나고, 여기에 사는 게 시작된다. 여기에 산다고 하는 것은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인생 여행의 참다운 시작이다. /야마오 산세이


야마오 산세이(1938년~2001년)는 도코에서 태어난 일본 시인이었다. 그는 와세다 대학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했지만 중퇴했고, 자연 속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산 사람이었다.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유기농 채소 가게를 열기도 했고, 버려진 마을을 살리려고 애썼는가 하면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다. 1977년에 온 가족이 일본 남쪽의 작은 섬인 야쿠 섬의 한 마을로 이사하였다. 이곳에서 버려진 마을을 다시 세우며, 그곳의 산과 바다, 그리고 그 안의 모든 목숨붙이들을 스승으로 삼아 한없이 자기를 초극해 가려는 구도자로서의 삶을 사는 한편 농사일 틈틈이 시와 글을 쓰는 문필 활동을 하며 살다가 2001년 8월에 그의 영혼의 별인 '오리온의 세 별'로 돌아갔다.
하루 살이 / 야마오 산세이
바다에 가서
바다의 영원함을 바라보며
도시락을 먹는다
조개와 바다풀을 조금 따고
땔감으로 쓸 나무를 주워 모으며 하루를 산다
산에 가서
산의 고요에 젖으며
도시락을 먹는다
머위 새싹과 쑥을 조금 뜯고
땔감으로 쓸 죽은 나무를 주워 모으며 하루를 보낸다
일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다만 하루 하루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 야마오 산세이 시선집)
이 시를 읽어보자면 그의 삶의 하루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짐작이 된다. 바다와 산을 삶의 공간으로 하되 하루의 공양을 위해 과욕을 부리지 않고 바다와 산이 내주는 것을 그날의 내 몫만큼만 얻어 온다. 얻어 오는 것의 내용은 조개와 바다풀, 나무, 머위 새싹, 쑥 그리고 바다와 산이 가르쳐 주는 영원과 고요에 대한 말씀이 전부이다. 게다가 그는 당일을 산다. 당일을 호일(好日)로 여기며 성심껏 산다.
* 하루 살이 - 에도시대의 승려 도쿄 에탄 선사가 남긴 법어이다.
'공연,영화,서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알폰스 무하 : 빛과 꿈/더현대 서울ALT.1 (0) | 2025.12.07 |
|---|---|
| 내가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0) | 2025.11.17 |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MARK BRADFORD : KEEP WALKING' (0) | 2025.10.24 |
| 다카시 무라카미 : 서울, 귀여운 여름방학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0) | 2025.10.20 |
|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 슈테판 셰퍼 (0) | 2025.10.1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