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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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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영화,서적

내가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다보등 2025. 11. 17. 09:07

 

내가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다음 생에서는 실수를 더 많이 하고 싶다.

더는 완벽해지려고 하지 않고, 더 느긋하게 지낼 것이다.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정신 나간 상태로, 많은 일을 심각하지 않게 여길 것이다. 그다지 건강하게만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모험을 하고, 더 많은 여행을 하고, 더 많은 해넘이를 바라보고, 산에 더 많이 오르고, 강을 더 자주 헤엄을 칠 것이다. 나는 매 순간을 낭비 없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똑똑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물론 즐거운 순간도 있었지만,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순간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누리고 싶다. 삶이 오로지 이런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아직 모른다면 지금 이 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나는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맨발로 다닐 것이다. 생이 아직 남아 있다면 아이들과 더 많이 놀 것이다.

하지만 보라......, 나는 이제 85세이고, 곧 죽으리라는 걸 알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죽기 얼마 전에 쓴 글이다.

초록이 아름다운 어느 봄날

 

나에게 이 문장들은 긴 인생의 종말뿐 아니라 위대한 사랑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했다.

남부 티롤 지방 소도시에서 열린 나와 아내의 결혼식에서 그곳 시장이 낭독한 글이다.

결혼식은 볼차노 위쪽 고산의 풀밭에서 진행되었다.

산꼭대기에 마지막으로 남은 겨울눈이 녹는 동안, 시장은 오전에 장례식을 치르고 온 뒤였다.

자전거를 타다가 관광버스에 차인 그 아이는 사고 현장에서 아버지의 품에 안겨 사망했다.

사랑과 고통이 같은 날 몇 미터의 고도 차이를 두고 벌어졌다. 엄마는 눈물을 흘렸고, 내 친구들은 손을 맞잡았다.

우리는 소중한 순간들을 그저 온전히 누리자고, 보르헤스의 말을 행동으로 옮기자고 약속했다.

삶이 우리에게 그냥 미끄러져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슈테판 셰퍼 소설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에서...

 

 

단풍이 아름다운 어느 가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