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아모레퍼시픽미술관 'MARK BRADFORD : KEEP WALKING' 본문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대미술 기획전
《MARK BRADFORD : KEEP WALKING》
2025. 08. 01. ~ 2026. 01. 25.
입장료 : 성인 16,000원(경로할인 없음)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동시대 추상회화를 대표하는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b. 1961)의 개인전 《MARK BRADFORD : KEEP WALKING》을 개최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작가로 사회적 메시지를 시각화하는 대형 추상회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참고로 최근 열린 <프리즈 서울 2025>에서 개막과 동시에 그의 작품이 약 63억원에 판매되어 공식적으로 프리즈 역사상 가장 높은 거래가격을 기록하였다.

그는 전단지, 포스터, 신문지와 같은 일상적인 재료를 겹겹이 쌓고, 긁어내고, 찢어내는 방식을 통해 차별과 갈등에 의거한 현대 사회 속 주요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제시해 왔다.

제1전시실은 전시장 바닥 전체를 덮는 대형 설치 작업 <떠오르다>(2019)를 선보인다. 관람객은 캔버스와 노끈으로 구성된 작품 위를 직접 걸으며 일상 속에 흩어진 흔적들과 조우하고, 몸의 움직임을 통해 도시의 서사를 체험하게 된다. 작가는 미술관 공간을 일종의 회화적 캔버스로 확장함으로써, 추상회화의 물리적 지평을 넓히는 동시에 관람자가 그 위를 거니는 행위를 통해 사회적 층위와 개인의 경험이 교차하는 장소로 전환시킨다.




벽에 걸린 회화를 바닥으로 옮겨 놓은 듯한 대형 설치작품이다. 발로 밟으며 함부로 걸어도 되는 작품임에도 조심스럽다.
제2전시실은 작가의 주요 회화 연작을 소개한다.

작가가 자신의 신체를 본떠 32% 확대해 만든 조각으로 제목은 퀴어 볼룸 문화에서 파생된 퍼포먼스 동작 '데스 드롭'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12살 때 울타리에서 뒤로 넘어진 순간을 촬영한 영상에서 영감을 받아 어린 시절의 취약한 자아를 작품을 통해 회상한다. 작품은 클럽의 열기와 퍼포먼스의 절정, 흑인 청년의 희생,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형상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교차시키며, 취약함과 회복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한다.

마크 브래드포드의 <엔드페이퍼> 연작은 작가의 첫 번째 작업이자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유년시절 미용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파마용 반투명 종이인 파마 용지(end papers)를 작품의 주재료로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반투명 용지의 가장자리를 토치로 태워 검게 그을린 테두리를 만든 후, 용지를 캔버스 위에 줄지어 나열하여 격자구조로 구성된 콜라주 회화를 만들었다.

어머니의 미용실에서 보낸 유년시절의 기억과 지역 커뮤니티의 문화적 특성을 회화에 담아냈다. 이후 염색약, 잡지 이미지 등 미용실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요소들을 작품에 활용하며, 이 연작을 점차 확장해 왔다. <엔드페이퍼> 연작은 작가가 꾸준히 회귀하는 주제로 이 전시실에서는 2000년대 초 제작한 초기작부터 2023 - 24년에 걸쳐 완성된 회화를 함께 소개하며 연작의 변화와 전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명백한 운명>은 미국 도시 개발의 현실과 그 속에 작동하는 자본권력의 구조를 드러낸 작품이다. 총 세 개의 캔버스에 "조니가 집을 삽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 문구는 전단지에서 가져온 것으로, '즉시 현금 지급'을 미끼로 내세우며 취약 계층으로부터 주택을 사들이는 투기자본의 현실을 보여준다. 제목은 미국이 토착민의 땅을 정복하는 것을 정당화했던 19세기의 이념으로, 작가는 이를 오늘날 도시의 부동산 투기 현실에 연결한다.




<파랑>은 격자 구조를 지도의 형식과 결합하여 추상회화를 도시적 서사의 장으로 확장한 <프로토-맵> 연작에 속한다. 브래드포드는 엔드페이퍼를 겹겹이 덧붙인 표면 위에 파란색 스텐실로 지도 형태를 구현하고, 상단에는 흑백 신문지를 붙여 도시 구역을 형상화했다. 지도라는 시각언어를 통해 거리 위에 새겨진 역사, 이동성, 구조적 불평등을 탐색하며, 도시 구조과 지역 공동체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를 예고한다.






핑크 레이디는 마크 브래드포드의 <기차 시간표> 연작의 최신작으로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 「에밀리를 위한 장미」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품 제목은 죽은 뒤에도 장밋빛 기억으로 남은 인물 '에밀리 그리어슨'을 가리킨다. 화면에 스며든 분홍빛은 그녀의 집 벽지를 떠올리게 하며, 쇠퇴한 남부의 잔상과 억눌린 기억을 소환한다. 작가는 겹겹이 쌓이고 벗겨진 표면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역사적 풍경을 그려낸다.

'신발'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화적 상징이다. 작가가 로스앤젤레스 작업실 주변거리에서 수집한 저가 신발 광고는 도시 저소득층 공동체의 시각적 환경을 반영한다. <신발 사이즈> 연작은 이처럼 일상적인 도시 이미지에 인종, 계급, 자기표현의 역사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드러낸다. 작가의 추상은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닌, 사회를 읽어내고 역사적 무게를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전시는 무음의 영상 <나이아가라>(2005)로 마무리된다. 당시 작가의 이웃이었던 흑인소년 멜빈이 사우스 센트럴 로스앤젤레스의 거리를 천천히 걷는 3분짜리 롱테이크 영상은, 1953년 영화 <나이아가라> 속 마릴린 먼로의 유명한 장면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소년의 모습은 작가가 전달하는 인내와 견딤의 은유로 작용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야외 정원에 설치되어 있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을 보는 것을 끝으로 귀가하였다.
4호선 신용산역 1번 출구를 이용하면 된다.

덴마크 출신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b.1967)은 새로운 경험을 유도하고, 사회 속 예술의 역할을 환기시키는 작업을 한다.
원판의 거울과 바닥의 얕은 연못이 서로를 끊임없이 반영하는 효과로 인해 항상 새로운 이미지를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거울을 통해 수시로 바뀌는 하늘, 계절의 변화에 따른 공원의 다채로운 색상과 형태, 오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는 이 작품은 고정된 조각이 아니라 일상을 함께 공유하는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Overdeepening은 U자형의 깊은 빙하골짜기가 연속되는 풍경을 환기하면서 거울과 연못의 이중반영 현상 속에서 각자의 감각과 지각의 지평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길 원하는 의도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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