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그린다는 건 말야 What Painting Means : 장-마리 해슬리 / 성곡미술관 본문
광부로 살다가 갱도에서 얻은 병을 치료하던 병상에서 고흐 관련 책을 읽고 화가가 되었다는 프랑스계 미국인 화가 장-마리 해슬리Jean-Marie Haessle(1939~2024)의 전시를 다녀왔다. 성곡미술관에서 12월 16일부터 전시 중이라는 사실을 진작 알았는데 연말연시 이런저런 일들로 차일피일 미루다 전시 마감 하루 전날 다녀왔다. 자칫 보지 못하고 전시가 끝날 뻔하였다. 책을 읽고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는 건 독서의 놀라운 힘이다.
● 전시기간 : 2025. 12.16.~ 2026. 01. 18.

경복궁역 7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성곡미술관이다. 멀지 않은 곳이지만 초행길이라면 지도를 보고 찾아 가야 한다.

1관에서 <그린다는 건 말야 : 장-마리 해슬리>전, 2관 <성곡미술관 2025 오픈콜> 전시가 있다.
두 전시를 다 볼 수 있는 통합권이 있고, 전시 한 곳만 볼 수 있는 개별권이 있다. 나는 개별권을 샀다.(4,000원)

<그린다는 건 말야 : 장-마리 해슬리>전은 알자스 광산촌 뷸(Buhl)에서 태어난 14세부터 광부로 살다가 뉴욕 소호를 거점으로 활동한 프랑스계 미국인 장-마리 해슬리(1939~2024)의 초대전이다.
해슬리에게 화가의 꿈은 갱도에서 얻은 병을 치료하던 병상에서 「반 고흐의 생애(La vie de Van Gogh)」(1957)을 읽고 매료되어 그의 그림을 따라 그리기 시작하면서 싹텄다. 미술 공부라고는 걸작들을 모작하는 게 전부였던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사건은 갱도 작업을 대신해 채굴 장비 설계 기술을 연마하는 도제 임무를 맡게 된 일이었다. 이 기술을 밑천삼아 출가를 결행하고 나서, 그는 파리의 거리에서 장 뒤부페, 알베르토 자코메티, 코브라 그룹 작가들을 마주칠 수 있었으며, 뉴욕 소호에서는 루이즈 부르주아, 앤디 워홀, 도널드 저드, 백남준, 아르망, 베르나르 부네, 랄프 깁슨, 로렌스 와이너, 장 미셀 바스키아 같은 화가들과 어우러져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펼칠 수 있었다.

병상에서 형이 건네준 <반 고흐의 생애>를 읽으며 고흐의 그림을 따라 그리기 시작한 드로잉들.
여기에 전시된 1958년 병상에서 그린 몇 점의 드로잉 소품들 앞에서, 예술을 향한 열정 이전에 해슬리가 지닌 천부적인 소질에 놀라게 된다. 고흐와의 만남이 그에게 '별 같은 순간'이 아니었을까?



청년 J. M. 해슬리가 남긴 흔적들
퇴원하고 나서 파리로 떠나기 전까지 그는 드로잉, 수채화, 유화 등 여러 점의 습작들을 남겼다. 여기에 전시된 작품이나 자료들은 청년기에 화가 꿈을 꾸며 남긴 흔적들의 일부이다.

당시의 기록 사진들, 형, 아버지 등 가족의 초상이나 일상 드로잉, 알제리에서의 병영 생활의 기물이나 낯선 풍경들, 집 문짝 등에 그린 고흐를 비롯한 다양한 근대 화가의 모작들을 무작위로 전시되어 있다.
그 가운데 반 고흐의 <해바라기>(1889) 복제품은 매우 유의미한 물건이다. 독일에서 훈련을 마치고 알제리의 자대로 배치되던 중 뮌헨의 노이에 피나코텍 뮤지엄을 들른 것이 그에게는 첫 미술관 경험인데, 반 고흐의 <해바라기>는 그때 구입하여 평생 보관해 온 것이다. 훗날 그는 이 때 반 고흐의 그림 앞에서 화가가 되고자 결심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갱도 일에서 벗어나 맡게 된 일이 광산 장비 설계 도제 훈련이었다.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며 그가 광산촌을 떠나 무일푼으로 파리로, 뉴욕으로 화가의 길을 가는 모험심을 발휘하게 되는 배경에는 그가 땀 흘려 연마한 설계 기술이 늘 밑천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예술이라는 신대륙으로 이주를 거듭하며 설계 도면들을 애지중지 달고 다니며 아르바이트 기회를 필사적으로 찾았다.







전시실 입구에 해슬리 내력이 적혀 있는 것 중에 2013년부터 작고하기까지 한국에서 전시한 내용을 옮겨 보았다.
2013년 6월 한국 .서울 금산갤러리에서 <장- 마리 해슬리> 전 개최
2014년 2월 고려대학교박물관 주관 <장-마리 해슬리>전 개최
2020년 1월 상명대학교 교수 이인범에 의해 장-마리 해슬리 카탈로그 레조네 발간 프로젝트 착수
2022년 4월 전북도립미술관 초대전 준비 작업을 끝내고 뇌출혈로 입원.
- 6월 전북도립미술관이 <장-마리 해슬리 -소호 너머 소호>전 개최
2024년 4월 85세로 작고 .
- 11월 26일 ~2025년 5월 31일 더스페이스 138에서 <장 -마리 해슬리: 별이 되다>전 개최
2025년 12월 16일 ~2026년 1월 18일 성곡미술관 주최로 <그린다는 건 말야 : 장-마리 해슬리>전 개최

제2부 <별들의 전쟁>
해슬리의 예술에서 진정한 '해슬리다움'이란 어떤 것인지를 화가가 평생에 걸쳐 몰입했던 두 가지 화두, 즉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점에서 탐색한다.
1970년대가 저물어갈 무렵부터 착수되는 해슬리의 1980년대 <우주> 연작들과 노년기에 접어들던 2000년대의 추상적이면서도 짙은 서정성이 드러나는 풍경화들로 구성된다.








제3부 다시, 인간 Human, Again
화가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이라 믿고 몰입했던 1980년대 작업들의 주관성의 과잉에 회의를 느껴 균형 잡기를 시도한 1990년대에 접어들며 인체 알파벳 그림을 모티브로 삼아 우주적인 무한의 세계에서 벗어나 인간의 삶의 세계를 그리는 일에 몰입하였다.












전시관을 나와 정원을 잠깐 걸었다. 겨울 정원이지만 따스한 햇볕이 있는 곳이다.
성곡미술관의 다음을 기약하며 정원을 뒤로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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