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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푸른보석 암드록쵸 & 안타까운 카롤라 빙천 본문

걸어서 세계속으로/겨울 티벳

푸른보석 암드록쵸 & 안타까운 카롤라 빙천

다보등 2016. 3. 18. 14:12

푸른보석 암드록쵸 & 안타까운 카롤라 빙천

 

 

 

 

 

 

 

2015년 12월 10일

오전 10시에 짐을 챙겨서 티벳의 제3의 도시 간체로 이동을 한다. 라샤시내를 벗어 나기전 현지의 고산증약인 홍경천을 구입했다. 그동안 내가 처방받아 온 약은 다른 일행들과 나눠 먹는 바람에 바닥이 났다. 사실 나는 그다지 고산증약까지는 필요없긴 하였으나 그래도 혹시나 해서 처방받아 온 것인데 다른 이들이 요긴하게 먹었으니 뿌듯하긴하다. 해발 4천미터에 위치한 간체로 가는 길엔 약 5,000미터의 고갯마루를 넘어야 한다. 또 한번 더 고산증을 걱정해야할 판이다. 이번엔 다른 사람들이 홍경천을 구입하였고 나는 이 사람 저사람에게서 얻어 마셨다. 은근히 지끈거리는 두통으로 진통제를 먹으면 그때뿐 다시 두통이 시작되곤 하였다. 기분 나쁘게 지끈거리는 두통과 시도 때도없이 두근거리는 심장이 나를 괴괴롭혔다. 그리고 또 하나 겨울 티벳은 엄청 건조하다. 코안이 건조하여 아침저녁으로 바셀린을 발라 건조함을 막기위해 노력했다. 피부 역시 건조할 것이므로 샤워후엔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고 밤마다 무조건 얼굴에 수분 마스크팩을 하나씩 붙이고 잠을 청하곤 했다.

 

 

<라샤에서 구입한 고산증 예방약 '홍경천'으로 한 병 크기가 새끼 손가락만하다.>

 

 

라샤 외곽 푸른 강이 흘러 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의외로 티벳은 물이 많은 것 같다. 얼지않은 강물이 쉼없이 흐르고 산은 황량하지만 들판엔 추수가 끝난 너른밭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주로 보리농사를 짓는다고...라샤의 푸른 강물과 너른 들판을 보니 지난 6월 황량함의 극치를 보여주던 북인도 라다크지방이 생각났다. 천지간에 풀한포기 나무 한그루 볼수 없었던 그 척박한 지방과 너무 대조적이다. 라샤외곽엔 신시가지 조성이 한창인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조만간 한족들이 대거 입주를 마치면 대단하겠다. 돈되는 거의 대부분의 장사는 한족들이 도맡아 하는 현실인데 앞으론 티벳탄들은 더욱 더 설자리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간체 가는길은 5,000m의 고개를 넘어 가는 험로이다. 그 높고 깊은 계곡엔 티벳의 3대 신성한 호수 중 하나인 암드록초(해발 4,488m)가 신기루처럼 있단다.그나마 천만 다행인건 황량하고 높은 고원길이지만 포장이 잘 된 길이라는 것이다. 북인도 판공초 가는 고갯길 창라 패스(해발 5,360m)나, 스리나가르 가는 고갯길 조질라패스(해발 3,530m)의 아찔아찔 오금이 저렸던 지그재그의 까마득한 벼랑길은 포장은 커녕 가이드라인 조차 없는 길이었다. 그 험하디 험한 창라패스나 조질라패스에 비하면 이 길은 정말 탄탄대로이다. 그러나 포장된 길이라지만 해발 4,000이 넘는 굽이굽이 고갯길은 가본자만이 그 느낌을 알것이다. 자동차도 설설 기는 이 기분을 뭐라 설명을 할 수가 없다.

 

 

 

 

 

 

 

 

4000미터가 넘은 고개를 오르느라 헉헉대던 자동차는 4,280m의 고개길 쉼터에서 잠시 멈추었다. 그 바람에 우리도 우르르 자동차밖으로 나왔다. 고산에서의 희박한 공기지만 고산준령을 넘어오는 공기가 달디달다. 가슴이 뻑적지근하고 머리는 쉴새없이 지끈거리지만 상쾌함만큼은 어디다 비교할 수가 없다. 시리게 파란하늘과 오방색의 타르쵸가 고산의 바람에 숨이 멎을듯 휘날린다. 그 모습이 어찌나 벅찬지...

 

 

 

 

 

 

희끗희끗 산정에 만년설이 보이기 시작하자 불현듯 해발 4,990m 캄발라 고개 정상에 올라서니 시리게 푸른 호수가 갑자기 정말 갑자기 발아래로 펼쳐졌다. 이곳이 정녕 지구는 지구인가? 길게 누운 호수는 무심한듯 보이는데 4,990m의 캄발라 고개 정상의 바람은 어찌나 세고 차가운지 억세게도 거칠게 이방인을 맞아준다. 잠시 몸을 가누고 있기도 힘들만큼 바람이 차고 거세다. 그럼에도 어디 눈을 뗄 수가 없는 아름다운 풍경에 발이 딱 붙어 버리고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짙푸른 하늘과 흰 뭉게구름, 빙하가 녹아내린 옥색 물빛이 어우러져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암드록초는 터키석처럼 푸른 호수로 '푸른 보석'이라고 부른단다.

 

"푸른 보석...." 정말 잘 어울린다.

해발 4,990m 캄발라 고개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암드록초이다.

 

 

호수끝 하얀 만년설을 이고있는 설산은 노진 캉창산(해발 7,191m)이라 한다. 

 

 

 

암드록초는 해발 4,441m의 고지에 있는 티베트에서 세 번째로 큰 염호(鹽湖)이다. 바다가 융기해 생긴 짠물의 호수로 조개, 암모나이트 등의 화석이 발견된다. 호수는 9개의 섬을 품고 있다. 마나사로바, 남쵸, 라모라쵸와 함께 티베트의 4대 성호(聖湖)로 꼽힌다.티벳인들은 암드록초를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라고 부른단다. 그만큼 신성시하는 호수라는 뜻이다. 남북으로 130km, 동서로 70km에 달하며 길쭉하게 생긴 호수는 하늘에서 보면 전갈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발 4,990m의 캄발라 고개 정상>

 

 

 

캄발라 고개 정상을 뒤로하고 구불구불 호수 가까이 내려가는 길 역시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고개를 내려서며 호수를 끼고 한참을 달리다 보니 호수 전망대이다. 북인도 라다크에서 험로를 달려 가서 만났던 그 판공초 물빛을 이 곳에서도 또 만났다. 여름 판공초와 겨울 암드록쵸...울컥하는 감동이 밀려왔다. 이 순간 나는 참 행복했다. 암드록초 물 위를 달려 온 시린 바람을 가슴 깊숙이 들여 마셨다. 시리게 파란 하늘과 차가운 바람이 뭐라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답다. 나는 바다처럼 파도가 일렁이는 암드록초에서 추운줄도 모른채 거센 바람을 안고 벅차게 한참을 서있었다.

 

 

 

 

티벳의 3대 성호중 하나인 해발 4,441m 암드록쵸이다.

 

 

 

 

 

 

 

 

암드록초의 아름다움에 홀려 허접한 기념품이나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지갑을 열었다. 북인도 라다크의 알치곰파에서도 구입하였던 터키석으로 치장한 소라고동 나팔을 이 곳에서도 만났다. 값싼 기념품은 티벳의 관광지 어디나 만날 수 있는 흔한 물건일지라도 소라고둥을 보면서 알치를 기억하듯이 암드록초를 기억하고 싶었다.

 

 

 

 

 

바다같은 호수를 끼고 몇시간은 족히 달리는 것 같다. 그러다 작은 마을 낭가체(해발4500m)에서 오후 2시무렵 늦은 점심을 먹었다. 티벳글자 일색인 메뉴판은 읽어 볼 수 없었고...제일 쉬운 누들을 주문했다. 자칫 양고기나 야크고기가 든 국수가 나올까봐서리...몇번이나 베지터를 외치며...(나는 정말 어쩔수가 없다. 그래 여행을 다녀도 입맛을 바꿀 수가 없으니 ㅠㅠ)

 

 

 

내가 선택한 메뉴...

 

 

식당 주변의 이모저모...

중국 오성기를 플라스틱으로 튼튼하게 제작하여 가로등마다 달아 놓았다. 중국임을 강조...;;

 

 

 

 

점심을 먹은 낭가체마을을 뒤로하고 한참을 달리다보니 설산이 눈앞으로 닥아온다. 잠시 자동차가 정차를 하였는데 길건너 빙하가 지척으로 보였다. 안타까운건 빙하는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단다.

 

 

 

 

 

 

5,560m의 카롤라 빙천!! 손에 잡힐듯 바로 눈앞에 있는 빙하이다. 이런 멋진 모습도 사실은 절반도 남지않은 안타까운 모습이다. 지구 온난화로 티베트지역의 빙하가 급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단다. 2007년도에 작성된 UN산하 기후변화전문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히말라야의 빙하는 2035년 이전에 모두 녹아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 보았던 세계 여러곳의 빙하가 비상사태였다. 지구온난화의 기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카롤라 빙천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