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사막을 풍요로운 곳으로 만든 위대한 역사 카레즈 본문
2014년 7월 30일
투루판 지역은 만년설로 뒤덮힌 고산지대이고 땅은 해면 이하로 움푹 패어 강풍이 불어대는 데다가 바싹 마른 사막 속의 오아시스 분지다. 한여름과 한겨울의 기온 차는 무려 60~70도를 헤아리며 증발량은 강우량의 180배나 된다. 한마디로 형언하기 어려운 자연환경의 극한지대다. 그러나 트루판 지역이 사막을 극복하고 풍요로운 땅으로 변화시켜 포도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카레즈>라는 지하수로를 만들어 물을 끌어다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카레즈는 2000년 전부터 시작된 토목기술이라고 한다. 천산산맥은 아직도 빙하가 그대로 남아 있을 만큼 웅장하면서 큰 산이다. 약 5000km가 넘는 지하수로를 건설해 만년설이 녹은 물을 사막 한가운데로 끌어다 풍요로운 농업기반과 오아시스 도시를 만들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아시스를 기반으로 도시가 형성되었고 실크로드의 수많은 문물교류가 이곳에 머물다 가면서 오늘날 투루판으로 발전하였으니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 낸 역사의 산물을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다.
투루판 시내에 있는 카레즈박물관(입장료 40위안)에 들어가 보았다. 박물관에는 지하 인공수로의 건설 과정과 방법 등을 실물 모형으로 재현해 놓아 카레즈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깊이 10여 미터에 폭은 1미터 되나마나한 좁은 지하 터널에는 손발이 시릴 정도의 찬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저 멀리 천산산맥의 눈 녹은 물이 화염산 바닥을 뚫고 이곳까지 흘러 온 신기한 한 갈래의 카레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카레즈는 근 천여 갈래나 되며, 한 갈래의 길이는 수 킬로미터에서 수십킬로미터에 달한다고. 전체 연장 길이는 무려 5천km로, 베이징에서 항저우에 이르는 경항 대운하(3,200km)보다도 길다. 그래서 카레즈는 이 운하와 만리장성과 더불어 중국 3대 역사의 하나라고 한다.
카레즈박물관을 나와 인근에 있는 포도농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터널처럼 우거진 포도나무 덩굴과 주렁주렁 열린 포도
송이가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는 모습도 참 이색적이다. 포도는 한여름 투루판의 명물이다. 투루판은 말린 포도가 유명하다. 나중에 건포도 몇 종류를 구입하여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참동안 잘 먹었던 기억이 있다. 2천년 전 투루판 사람들은 낯선 포도나무를 서방에서 들여와 이 지역에 맞게 순화시키는 슬기를 발휘함으로써 비로소 오늘과 같은 최상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순화력은 문명의 탄생과 성장의 중요한 요인이다.
숙소로 돌아온 것은 오후 7시가 넘은 시간이다. 9시에 야시장으로 나갔는데 대낮같이 훤하다.(사실 북경과 신장위구르지역은 3시간의 시차가 있으나 중국의 이 넓은 나라 전체를 북경시간대 하나로 통일하여 쓴다.)
양고기 굽는 연기로인해 사방천지가 뿌옇다. 양꼬치 사진을 보니 지금도 그렇지만 이때는 양고기를 먹지 못해 이 지역을 여행하면서 먹거리로 인해 고생을 많이 한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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