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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소설 <도련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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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소설 <도련님>

다보등 2025. 1. 28. 07:20

호기심에 나도 읽은 《도련님》은 손자가 읽던 책이다. 중학생이 읽어야할 필독서라고. 

 

작가 나쓰메 소세키(1867~1916)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메이지 시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일본 근대 문학의 개척자 중 한 사람으로, 2000년 〈아사히신문〉에서 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천 년 동안 가장 인기 있는 문학가'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도련님》은 영어 교사로 근무한 나쓰메 소세키의 경험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 사회 부조리와 기회주의적 인간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비판 의식이 가득한 소설이지만 무겁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대신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사회 초년생 도련님의 초보교사 생활을 웃음과 순수함을 담아 표현해 냈다. 도쿄에서 곱게 자란 도련님이 기득권 세력에 일침을 가하는 점은 통쾌하다.

 

어려서부터 온갖 말썽이란 말썽은 다 치는 장난꾸러기에 갖은 난폭한 행동들을 해서 부모의 골칫거리인 '나'
그런 나를 아버지는 " 이 녀석은 장차 사람 구실 못 할 거야." 하며 못마땅하게 여겼다. 크게 말썽을 부린 어느 날은 어머니가 몹시 화를 내며 "너 같은 녀석의 얼굴은 보고 싶지도 않다"라고 해서 어머니를 피해 친척집에 가 있는 동안 어머니는 돌아가신다.

그런데 10년 넘게 우리집에서 일하고 있는 집안의 나이 든 하녀 기요할멈 만은 애정을 담아 '도련님'을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다. 기요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찾아내서 칭찬해 주고, 부탁하지 않아도 용돈도 주고, 맛있는 음식도 해다 주고 한다. 그리고 도련님이 성년이 되어 독립할 나이가 되어 집을 사면 그 집에 가서 끝까지 돌봐주겠다고 하면서  '어서 집을 사라, 장가가라~'고 하면서 옆에서 이것저것 챙겨준다. 당시 나는 특별히 무엇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기요가 "될 거다, 될 거다."라고 해서, 나 역시 무언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6년째 되는 해에 아버지도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다. 그해 나는 사립 중학교를 졸업했다. 형은 상업 학교를 졸업했다. 형은 규슈로 가게 되었고 나는 아직 도쿄에서 공부를 해야 하기에 형은 집을 팔고 재산을 정리하여 규슈로 떠났다. 떠나기 전 형이 600엔을 내놓았다. 그 돈을 종잣돈으로 장사를 하든, 학비로 해서 공부를 하든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그 돈으로 무얼 할까 이런저런 생각 끝에 공부를 하기로 하고, 마침 물리학교 앞을 지나다가 학생 모집 광고가 붙어 있는 걸 보고 입학하였다. 형이 집을 처분하자 기요가 거처할 곳이 없어 기요의 조카집으로 가기로 하였다. 기요는 도련님이  성인이 되어 다시 자신을 불러주기만을 기다리겠다 한다.
학교 성적은 뒤에서부터 세는 것이 빨랐지만 다행스럽게도 3년이 지나자 졸업을 하게 되었다.
시코쿠 지방에 어느 시골 중학교에 수학교사로 부임을 하게 되면서 기요하고는 정말 멀리 헤어지게 되었다. 시코쿠로 떠나는 날 기차에 오르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 이제 뵙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부디 몸 조심하세요." 눈에 눈물이 그득했다. 

 

시코쿠 시골 중학교에 수학교사로 부임한 그는 학생들의 장난과 도덕성이 결여된 선생님들 사이에서 예기치 않게 교사들 내분에 휘말리게 된다. 교장에 아첨하는 교감 '빨간 셔츠'와 이에 아첨하는 미술 선생 '알랑쇠'를 응징하기 위해, 도련님과 또 다른 수학 선생 '거센 바람'과 힘을 합쳐 실컷 두들겨 팬다.

응징을 당한 빨간셔츠도 알랑쇠도 경찰에 고발은 하지 안 했지만 결국 도련님과 거센 바람이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시코쿠를 떠나는 마음을 '그날 밤 나와 거센 바람은 이 깨끗하지 못한 고장을 떠났다. 배가 부두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기분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도련님》은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넘어서 정의와 도덕성, 개인의 성장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다루며 깊은 의미를 전달한다. 도련님의 솔직하고 정의로운 행동은 때로는 그를 어려움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변화와 성장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도련님은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하숙집에도 가지 않고 가방을 든 채로 기요를 찾아간다.

"기요, 나 왔어!"

"어머나, 도련님!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돌아오셨어요."

기요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나도 너무나 기뻐서 "이제 다시는 시골엔 가지 않을 거야. 도쿄에서 기요랑 함께 살 거야."라고 말했다.  

 

도련님이 도쿄로 돌아와 유일하게 보고 싶었던 사람을 찾아가는 장면은 가슴 벅찬 감동을 준다. 도련님은 비록 첫 사회생활에서는 실패했지만 그에게는 돌아갈 곳이 있었다. 궁극적으로 그리운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