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MARCH AVERY '일상의 찬란한 순간들' / 한남동 에스더쉬퍼 서울 본문
서울 한남동 에스더쉬퍼 서울에서 마치 에이버리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업실에 수십 년간 보관되어 온 미공개 작품 11점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작가는 20세기 미국 모더니즘 회화의 거장인 밀튼 에이버리와 샐리 마이클의 딸로 태어난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마크 로스코, 아돌프 고틀립, 바넷 뉴먼 등 추상표현주의의 대가들이 집을 드나들면서 이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자신만의 표현 감각을 키웠다. 추상표현주의가 미국 화단을 휩쓸며 화면에서 형태를 지워나갈 때도, 에이버리는 꿋꿋이 구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만 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하기보다는 과감하게 단순화된 형태와 원색에 가까운 색면으로 화면을 재구성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마치 에이버리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작품이 나오자마자 매진될 만큼 인기가 높다. 선명한 원색으로 빚어낸 그의 기억들은 일상이 곧 예술이며 가장 개인적인 기록이 가장 보편적인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에스더쉬퍼 제공
● 전시는 4월 25일까지.
● 무료 전시다.

마치 에이버리는 1940년대부터 수채와 유화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정물화를 선보여왔다. 특히 꽃을 소재로 한 정물화는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꾸준히 이어져 온 하나의 장르다.
덩그러니 놓인 보랏빛 순무, 자신의 먹이인 순무를 빼았아 먹는 거북이를 지켜보는 고양이, 뉴욕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비둘기에게 밥을 주는 남성의 모습, 마티스 야수파를 떠올리게 하는 빨간색의 모델.
거창한 철학적 담론이나 난해한 개념 미술이 범람하는 현대미술계에서 94세의 화가 마치 에이버리는 지극히 사소하고 다정한 일상의 모습을 캔버스 위로 불러 모은다.

에스더쉬퍼에 들어서기도 전에 입구에서부터 마치 에이버리의 작품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11점의 적은 작품이 전시 되어 있었고, 각 층은 넓지 않은 면적이라 집중하여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Flowering Bulb는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투명한 화병에 구근에서 자라난 꽃이 꽂혀 있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만개한 꽃 옆에 떨어진 꽃잎은 장밋빛 색조로 표현되어 사라지는 순간에도 남아 있는 생기와 아름다움을 전한다.




Terrace Umbrella는 푸른 파라솔과 분홍 꽃이 꽂힌 화병, 그리고 주홍빛에 가까운 붉은 울타리가 어둡게 표현된 산 능선과 대비를 이루며, 부드러운 곡선의 배경 속에 배치된 장면을 담은 작품이다. 깊은 색조의 산 풍경과 대비되는 화사한 색의 사물들은 화면에 고요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리듬을 만들어낸다.

마치 에이버리는 남편 필립 캐버너와 함께 터키를 수차례 여행했는데, 주로 지중해 부근과 고대 문명의 흔적이 남아있는 여러 유적지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작가가 터키를 처음 방문한 시기는 1981년으로, 작품 속 풍경이 된 아나톨리안 연안과 보드룸, 귈뤼크, 트로이, 다르다넬스 해협 등을 방문했다, 마치 에이버리는 작품 속 아나톨리안 연안을 주제로 최소 여섯 점의 유화를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



소박하게 순무를 묘사한 작품 Turnips
마치 에이버리 작품에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가 등장 한다. 꽃에 비해 비중은 덜하지만, 이미 수확된 상태이든 자라는 중이든 다양한 모습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딸기, 애호박, 붉은색과 초록색 상추, 무, 석류, 고추, 파인애플, 아스파라거스, 무화과, 당근, 아티초크 등 다채롭게 정물을 구사했다. 해당 작품은 작가의 주방에 걸려 있을 만큼, 다양한 정물을 향한 그녀의 깊은 애정과 열정을 보여준다.

Paneapple Still Life는 파인애플과 아티초크, 배(혹은 아보카도), 그리고 작은 물병에 꽂힌 싱싱한 파슬리를 함께 묘사했다.
작가가 과일과 채소를 묘사하는 데 사용한 다채로운 초록의 색조는 작품의 차분한 색감을 유지함과 동시에 진홍빛 배경과 부드러운 대비를 이룬다. 마치 에이버리는 2022년에 Paneapple Still Life 속 등장하는 과일과 채소를 주제로 한 알파벳그림책을 제작하기도 했다.


검은고양이와 노란 거북이,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순무를 묘사한 작품으로 1970년대 마치 에이버리와 남편 필립 캐버너가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 웨스트 11번가에 거주할 당시 함께 키우던 반려묘 수미(Sumi)와 거북이 브라다만테(Bradamante)를 추모하는 작품이다. 거북이가 고양이의 먹이인 순무를 빼앗아 먹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부드럽게 휘어진 나뭇가지 위에 함께 모여 있는 세 마리의 큰부리새(Toucan)를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추상과 구상, 그리고 표현적인 색채가 섬세하게 얽혀 있는 마치 에이버리 특유의 표현 방식을 잘 보여준다.

Model and Louis는 붉은 립스틱을 연상케 하는 색감으로 채색된 모델과 그 아래에서 평화롭게 잠든 강아지 루이(Louis)를 담고 묘사하고 있다.
마치 에이버리의 아들 션 캐버너에 따르면 작품 속 모델은 에이버리의 친구인 동료 작가 셀리나 트리프의 스튜디오에서 만난 여성이라고 한다. 해당 여성과 강아지 루이는 종종 실제 모델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3층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에스더쉬퍼 건물은 좁고 위로 긴 형태다.
각 층으로 올라 가는 계단이 인상적이다.

Bird Man은 공원벤치에 앉아 비둘기들에 둘러싸인 채 앉아 있는 남성의 모습을 담았다. 인물의 시선이 캔버스 바깥에 머물고 있어 표정을 읽기 어렵고, 관람객은 고독과 여유 사이 어딘가에 머무는 모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작품 속 인물은 실제 인물이며, 해당 남성은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등 그들에게 둘러 싸여 지내는 것을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뉴욕 베어즈빌에 위치한 에이버리 가족의 집 근처 케츠킬(Catskill) 산맥 지역의 풍경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의 도회적 이미지와 대비되는 캐츠킬의 자연 풍경은 당시 많은 미국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Karla and Ann's Orchid는 작가의 평생 친구이자 동료였던 칼라 세이드먼 쿠스킨(1932-2009)를 그린 인물화이다.
작품은 친구 사이의 친밀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지만, 칼라의 시선은 만개한 난초에 머물며 차분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Karla and Ann's Orchid는 대상과 인물을 이상화하기보다는 인물의 복합적인 감정과 정서를 있는 그대로 포착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들 반영했다.


한남동 에스더쉬퍼 서울 : 전철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 직진 후 - 횡단보도 건너감(초행이라면 건물 찾기 살짝 어려움)
마치 에이버리를 전시 관람 후 합정역으로 이동하여 딸을 만남.
딸과 함께 독립출판 서점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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