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본문
「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문장을 굳이 소리 내어 읽지 않아도, 한 글자씩 짚어 읽지 않아도, 브람스가 누군지도 제대로 모르면서도, 저 질문을 받는 사람이 되면 왠지 특별해질 것 같고, 한 번쯤은 내가 저 질문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상상해보게 된다.
사강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다음에 물음표를 붙이지 말고 점 세 개로 이루어진 말줄임표를 쓰도록 강조했다.
이는 누구에게 질문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라는 뜻이 아닌가 싶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작가인 프랑수아즈 사강이 24살에 집필한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짧은 머리에 이지적인 외모 그리고 유독 불 붙인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 있는 사진이 많은 프랑수아즈 사강은 1935년 프랑수아즈 쿠아레라는 본명으로 태어났다. 사강이라는 필명은 그녀의 작품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인물인 '사강'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소설 속 배경은 1960년 대, 프랑스 파리이다.
작품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폴은 39세의 여성으로 한 번 이혼한 이력이 있다. 폴에게는 5년째 만나고 있는 연인 로제가 있다. 로제는 바람기가 있고, 폴은 이 점을 알고는 있지만 늘 모른척하며 둘 사이의 암묵적 자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자유는 로제만 이용하고 있다. 로제가 없는 시간은 고독의 시간이었지만 폴은 그걸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어느 날 반 덴 데시 부인의 요청으로 일을 하기 위해 그녀의 집을 방문하여 그녀의 아들 시몽을 만난다. 시몽은 25세이다. 시몽은 폴을 만나자마자 그녀에게 끌렸고 젊은이다운 열정으로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로제가 다른 여자와 주말을 보내기 위해 일을 핑계로 오지 않는 혼자 보내야 하는 주말의 무거움.
로제없이 혼자 보내야 하는 일요일 아침, 시몽은 속달 편지를 보내왔다.
오늘 저녁 트레이홀에서 하는 음악회에 가자는 편지였다. 편지의 마지막에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적혀있었다.
그녀는 바그너를 좋아했지만 오늘 음악회를 위해 브람스 콘체르토 음반을 찾아들었다. 그녀는 시몽과 음악회를 갔고. 끝나고 칵테일을 마셨다.
본 작품은 실내장식가 폴을 중심으로, 약 5년간 그녀와 연애해 왔던 연상의 사업가 로제, 그리고 새롭게 폴을 좋아하게 되는 변호사 시몽의 관계를 섬세한 심리 묘사와 함께 전개한다. 그녀 곁에 있어 주지 않는 로제에 대한 애증 어린 집착, 열정적이고 의존적이지만 어쩌면 숨 막히게 느껴질 법한 시몽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폴, 그녀는 결국 로제를 선택했다. 이 선택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흐릿하게 상상이 가면서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로멘스라기보다 인간의 익숙함과 외로움에 대한 소설처럼 느껴졌다.
사람은 가끔 행복보다 익숙함을 선택하고 자기가 익숙한 감정으로 돌아가는 걸 편해하니까.
사랑은 안 하면 편하지만 반면에 많은 걸 놓치게 된다. 결혼도 마찬가지로 양면성이 있다. 사랑을 하든 안 하든, 결혼을 하던 안 하던 상관없지만 인생은 항상 '어떻게'가 문제이다.
우리의 일상, 이제는 나이에 따라 사랑과는 거리가 먼 그런 일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사랑만이 인생의 전부인 시절이 있지만 길게 보면 사랑은 인생의 일부다. 지금 나의 하루, 일주일의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 가가 지금하고 있는 사랑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것으로 소중한 시간을 보낼 것인가. 그 내용에 따라 인생의 품격이 달라진다. 그건 돈이나 명예 따위가 절대 붙을 수 없다.
"당신은 브람스를 좋아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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