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스케치/광명누리길 (32)
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요즘은 비도 자주 온다. 아침에 내다보니 소리 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특별한 일 없는 날이라 머리를 좀 자를까하고 미용실 앞에 오니 문이 닫혔다. 생각하고 보니 화요일이다. 우리 동네 미용실은 대부분 화요일이 휴무다. 그런데도 걸핏하면 화요일에 미용실 갈 궁리를 잘한다. 화요일이 나에겐 미용실 가기 좋은 날인가? 암튼 미용실은 허탕을 치고 이왕에 나선 발걸음을 기형도 문화공원으로 향했다. 비는 오지만 산책을 하여도 될 정도로 오는 비라 괜찮았다. 집에서 10분이면 되는 거리에 기형도 문화공원이 있다. 공원의 규모는 작지만 호젓하게 걸을 만하다. 공원은 제2경인고속도로와 이케아 광명점 사이에 있는 작은 규모이다. 기형도 문화공원이 조금 외진 곳이라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도 요즘..
한낮의 햇살이 뜨겁던 어느 휴일에 도서관에서 나와 한내천을 잠시 걸어 보았다. 평소에도 집에서부터 예까지 종종 걷곤 하던 곳이라 익숙한 길이긴 하나 한낮이라 뜨거운 햇살이 부담스러워 그냥 갈까하다가 한내천(한내근린공원)을 걸었다. 가끔은 일부러 집 앞에 있는 도서관을 두고 30여분 떨어진 이곳 소하도서관까지 걸어온다. 상호대차로 집 앞 도서관에서 받아 보면 되지만 마음 급할 땐 직접 대출하러 온다. 한내천은 소하도서관 옆을 흐르는 작은 하천이지만 동네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운동장이고 산책로이다. 규모는 작지만 손끝 야무지게 잘 가꾸어 놓은 한내천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이날은 휴일이었던 터라 다양한 기구장에서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성으로 한내천이 시끌시끌하던 날이었다. 한..
「숲속을 걸어요 산새들이 속삭이는 길 숲속을 걸어요 꽃 향기가 그윽한 길 해님도 쉬었다 가는 길 다람쥐가 넘나드는 길 정다운 얼굴로 우리 모두 숲속을 걸어요. 숲속을 걸어요. 맑은 바람 솔바람 이는 숲속을 걸어요 도랑물이 노래하는 길 달님도 쉬었다 가는 길 산노루가 넘나드는 길 웃음 띤 얼굴로 우리 모두 숲속을 걸어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숲속을 걸어요'라는 동요이다. 아시죠? 아파트 주변에 온갖 꽃들이 경쟁하듯 피고 지는 중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숲속을 걸어요'를 흥얼거리며 동네 한바퀴 산책 중이다. 축복처럼 아름다운 봄날이다. 잔잔하게 부는 바람결에도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리고, 제법 쎈 바람이 불면 나무들이 통째로 흔들리며 나뭇잎들 사이에 숨어있어 모습을 보이지 않던 새들이 내는 날..
며칠을 꼼짝않고 음식만들랴 차례상 차리랴 집안에서 동동거리며 보냈다. 먹는 것마다 맛있다며 먹기는 또...ㅋㅋㅋ 명절지나면 다이어트를 해야 하지않나 싶다. '급찐급빠'라고 급하게 찐 살 급하게 빼는 방법이 있다는데... 창밖에 햇살이 너무 좋다. 설날 아침에 차례지내고 오늘 초이튿날 오늘은 시아버님 제삿날이다. 오후엔 나물이며 몇가지의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 웬만한 음식은 설날 음식할 때 미리 다 해놓고 당일날엔 나물만 하면 된다. 예전에 시어머님 살아 계실 땐 당일날 아침부터 제사음식을 다 다시 만들어야해서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그때는 나눠 먹을 이웃이나 가족들이 많아서인지 음식도 많이 하고 음식 가짓수도 어찌 그리 많은지 종일 제사음식을 만들었더랬다. 제삿날이 초이튿날인지라 설날에 친정엘 가질..
...겨울 숲은 부질없는 가식을 모조리 떨쳐 버리고 본질적인 것으로만 집약된 나무들의 본래 면목이다. 숲은 침묵의 의미를 알고 있다. 침묵을 딛고 일어선다...(중략)...겉으로 보기에 나무들은 표정을 잃은 채 덤덤히 서 있는 것 같지만, 안으로는 잠시도 창조의 일손을 멈추지 않는다. 땅의 은밀한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새봄의 싹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다가 시절 인연이 오면 안으로 다스리던 생명력을 대지 위에 활짝 펼쳐 보일 것이다. (산방한담 '겨울숲'/법정) 간밤에 흩날리듯 눈이 내렸는데... 아침 나절 산에 갔더니 하얀 길이 나있다. 어쩜 이런 길이!! 앞 서 걸어간 이들의 발길로 눈은 양쪽으로 남아 색다른 길이 났다. 멀리까지 구불어진 길이 이 아침 즐거움을 선사한다. 홀로 길을 걸으며 내 안의 나..
영하 14도란다. 체감 온도는 더 내려갔다. 크리스마스 주말 내내 완전 추운 날씨다. 그럼에도 아주아주 추운날 낮에 광명동굴길을 걸었다. 코끝이 싸한 것이 춥긴 추운 날이었다. 춥다고 이틀동안 집에서 꼼짝않고 있었더니 좀이 쑤셔서 안되겠다 싶어 나섰다. 중무장을 하고서리. 광명자원회수시설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ㄱ자로 굽었다. 굴뚝이 닿는 곳에선 바람이 센 듯 싶다. 긴 그림자들이 더욱 쓸쓸한 겨울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겨울은 참... 삭신이 드러난 나무들도, 쨍하고 파란 하늘도 역시 겨울이구나 싶은 날이었다. 이 테이블들은 언제쯤에나 제 모습을 갖추고 자리를 잡게 될런지... 따뜻한 커피 한 잔... 춥거나 말거나 보온병에서 나오는 커피 한 잔으로 소확행이 확실한 시간이다. 쨍한 이런 겨울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