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스케치/광명누리길 (38)
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어느날 부터인가 창문도 닫고 이불도 끌어당겨 덮곤 하였는데 요며칠 날씨가 또 덥더라. 아무리 그래도 여름은 이미 힘이 기울었고 가을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때이다. 어제는 뜨거웠던 여름을 이야기하며 선풍기를 창고에 넣었다. 내년을 기약하며. 해마다 여름이면 없어선 안 될 고마운 선풍기이다. 이제 추석이 코앞이다. 여즉 판을 치고 있는 코로나로인해 한 풀 꺽인 명절이다. 하지만 그래도 명절이니 뭔가라도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은 바쁘다. 9월 3일 낮에 광명동굴길로 걸으러 나갔다. 광명동굴 가는 길에 인공폭포가 있다. 코로나가 창궐하기전에 새로이 조성되었는데 조성되자마자 코로나로 인해 제 구실을 하지 못했던 불운(?)의 인공폭포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멀리서부터 물 소리가 크게 나길래 뭔가했더니만 이게 웬일..

참말 가을장마인가. 비가 오는 것도 아닌 것이 안오는 것도 아닌 것이...그냥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결국 귀찮아서 그냥 손에 들고 걷기로. 며칠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여 집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광명동굴길에 올라갔다. 그사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꽃들이 피어 눈을 즐겁게 했다. 옥잠화가 이렇게 크고 하얀 꽃인지 예전엔 미쳐 몰랐다. 옥비녀 같은 꽃이라더니 참말 그래 보인다. 광명동굴에서 숲길로 접어들어 숲길을 한바퀴돌고 광명동굴로 원점회귀할 때까지 혼자서 걷다보니 잔득 긴장하고 걸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탓으로 어두운 숲길을 걷는 이들이 없었다. 그러다 컴컴한 숲속에 한줄기 햇빛이 비춰 드니 이래 반가울 수가 없다. 이 참에 날듯이 빠른 걸음으로 숲을 빠져 나온다. 나무잎 사이로 분홍색 굴뚝이 보이면 ..

장마인가 싶을 만큼 봄비가 잦고 많이 온 것에 비하면 정작 7월들어 시작된 장마는 그닥 장마같지가 않다. 오다말다 오는건지 마는건지 얄궂은 요즘(우리동네 기준) 장마다. 새벽녘에 내린 비로 촉촉해진 숲산책에 나섰다. 날로 무성해진 나무들 사이로 옅은 안개가 스멀스멀 따라온다. 매일이다시피 걷는 길이지만 오늘 아침엔 낯선 느낌으로 몽환적이다. 매일 만보걷기를 생활화해야지 싶으나 매일 실천하지는 못한다. 가끔은 걷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티비보면서 쉰다. 오늘은 그런 꾀가 생기기전에 털고 나왔다. 그래서 이런 예쁘고 몽환적인 길을 걷게 되었다. 꾀 부리지 않은 나에게 주는 보상이다. 내가 이 숲을 걷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매일 걸으며 보아도 하루도 같은 길이 아닌 것 같은 새로움이다. 나무들의 표..

「이따금 여름날 아침이면 나는 여느 때처럼 미역을 감은 다음 양지 바른 문간에 앉아서 동트는 새벽부터 정오까지 소나무와 호두나무와 옻나무에 둘러싸인 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고독과 적막 속에서 조용히 공상에 잠기곤 했다. 그러는 동안 새들은 내 주위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 없이 집 안을 들락거렸다. 그러다가 햇빛이 서쪽 창문으로 비쳐 들거나 멀리 떨어진 간선도로에서 여행자의 마차 소리가 들려오면 그제서야 나는 시간이 흘렀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 시기에 나는 옥수수가 밤새 자라듯 성장했다.」월든 일요일 아침엔 평소에 산책삼아 걷던 광명동굴길이 아닌 구름산을 끼고 있는 광명누리길을 걸었다. 거리가 훨씬 더 길어졌다. 코로나이후 광명누리길을 열심히 걷다가 은근 꾀가 나서 올해 들어서는 주로 광명동굴길을 걸었..

봄이 지나 여름로 접어 드는 6월도 절반을 지나왔다. 장마는 아니지만 장마같은 비도 자주 내린다. 푸른 숲이 주는 상쾌함과 그 길을 걷는 즐거움에 아침의 산책길이 너무 즐거운 요즘이다. 아직은 꿉꿉한 습도가 없으니 햇볕이 좀 따가워도 그늘로 피하면 상쾌하다. 걸을만한 계절이다. 오늘은 문득 하늘을 보고 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찌하여 오늘은 하늘도 파랗고 구름은 또 왜이리 아름다운지. 마치 가을 하늘같은 흰구름 가득한 하늘이다. 숲속을 걷다 '홀딱벗고, 홀딱벗고' 새소리를 따라한다. 검은등뻐꾸기라는 새인데 네 마디로 우는 새소리는 듣기에 따라 여러가지로 들린다. 나는 '홀딱벗고 홀딱벗고' 몇번이고 따라한다. 나는 이 소리가 젤루 재밌다. 어쩌다 '홀딱벗고 새'라는 야한 이름을 얻었을 꼬. 여기에는..

아침 산책길... 우리집에서는 광명동굴동문입구가 산책로 시작이다. 코로나이후 이제 거의 일과가 되어버린...산책길 코스이다. 요즘 인기있다는 숲세권이 바로 이런 것이지 싶다. 집에서 10여분이면 숲으로 들어설 수 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갑작스레 깊은 산속으로 온 것 같은 울창한 숲이 있어 더욱이나 좋다. 사실 어디 멀리 갈 것도 없다. 이리 좋은 곳이 있는데... 걷는 거리도 그날그날 사정에 따라 길게 걷기도 하고 짧게 걷기도 한다. 우거진 숲그늘은 뜨거운 햇볕도 가려주니 금상첨화이다. 그래서 더욱이나 좋다. 숲을 지나 오는 바람은 자연의 향수이다.그 길엔 계절별로 온갖 꽃들이 피어 눈호강까지 시켜준다. 허투루 지나지 않고 각각의 이름표를 주의 깊게 본다. 이왕이면 이름을 불러줘야지 싶어서. 얼마전..